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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구배 두 번째 이야기, 오우 본선의 이타야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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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 · 수정: · 댓글 2개

일본 철도의 3대 급구배로 우스이 고개, 이타야 고개, 세노하치를 들 수 있습니다. 우스이 고개는 지난번 포스트에서 소개를 했고, 이번에는 이타야 고개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타야 고개는 야마가타현과 후쿠시마 경계에 있는 고개로, 오우 본선이 지나고 있습니다. 야마가타/아키타 신칸센이 개통하기 전까지만 해도, 오우 본선은 간토와 야마가타/아키타를 이어 주는 중요한 길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구간의 철도 상황은 매우 좋지 못했습니다.

 

이타야 고개의 역사

 

우스이 고개처럼 험한 산맥을 넘어야 했습니다. 1899년에 개통된 구간인 만큼 이 구간은 매우 험한 구간이었습니다. 처기의 우스이 급구배처럼 아프트식으로 개통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매우 열악한 환경으로 이 구간이 개통됩니다.

개통 당시 기준으로, 22km 구간이 약 33퍼밀이라는 급한 구간이었으며, 곡선반경이 300m밖에 안 되고, 터널도 19개나 있는 험한 구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이타야 고개가 일본 철도의 3대 급구배라고 불리는 것은 아닙니다. 

스위치백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이타야역 풍경
스위치백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이타야역 풍경.
(c) E3uematsu, CC-BY-SA 3.0 (link)



이타야 고개의 명물은 4연속 스위치백이었습니다. 아이카와역, 이타야역, 토게역, 오자와역, 이렇게 4개 역이 전부 스위치백이었습니다. 즉 이타야 고개를 넘기 위해선 진행 방향을 네 번이나 바꿔야 합니다.

스위치백에서 열차 방향을 바꾸려면 당연히 역에 정차해야 합니다. 이타야 고개 구간에서는 급행 열차나 화물 열차라도 무조건 4연속 스위치백 역에는 정차했습니다. 경사가 급한 만큼 보조 기관차를 연결하거나 특수 설계된 기관차만 투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1949년 4월 29일에는 직류 전철화를 하면서 개량 공사도 진행했습니다. 일부 역에 통과선이 마련되어, 우등 열차는 스위치백 없이 역을 통과합니다. 이후 1968년 9월 22일에는 연계되는 타 구간에 맞추어 교류 전철화로 바꾸고 일부 구간을 복선화했습니다. 이후 1971년 9월 17일에는 이타야 고개 전 구간이 복선화됩니다.

하지만 복선화가 되었다고 해서 스위치백이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영영 스위치백이 유지될 줄 알았지만 상황이 변하게 됩니다.

 

 

야마가타 신칸센 개통, 스위치백 폐지 


기술 발전으로 보조기관차 없이도 이타야 고개를 넘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1961년부터 운행한 특급 츠바사는, 1975년 11월 24일부터는 신형 열차(485계) 도입으로 보조기관차 없이 고개를 넘었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스위치백은 남아 있었습니다.

1980년대에 재래선을 표준궤로 개궤하고 신칸센과 직통 운전을 하는 "미니신칸센"이라는 개념이 구체화됩니다. 그 중 첫 번째 구간으로 후쿠시마-야마가타 구간을 표준궤로 개궤해서 "야마가타 신칸센"을 운행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1990년 3월 10일에 아이카와역, 그리고 1990년 9월 1일에는 이타야역, 토게역, 오자와역의 스위치백이 폐지되고 맙니다. 역 자체는 본선으로 이설해서 유지가 되고 있었지만, 아이카와역은 2021년 3월 12일 폐역됩니다.

이후 1992년 7월 1일 야마가타 신칸센 후쿠시마-야마가타 구간이 개통하면서, 보통 열차는 총 6왕복씩 운행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분기기가 있던 부분에 있는 스노우 쉘터(눈을 맞아서 분기기가 어는 것을 막기 위한 지붕)만이 여기에 스위치백이 있었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스위치백 폐지 전의 풍경들


이타야 고개 구간에 있는 오우 본선 토게역 승강장 (스위치백 폐지 직전인 1990년 8월 촬영)
1990년 8월 오우 본선 토게역 승강장. 스위치백 폐지 직전인 1990년 8월 촬영.
(c) Si-take, CC-BY-SA 3.0 (link)


 

토게 역의 명물  "토게노 치카라모치"(고개의 힘 떡)가 있습니다. 토게 역에 정차한 열차는 스위치백을 하기 때문에 정차 시간이 길었는데, 이 시간을 이용해서 떡을 판매했습니다. 열차 창문이나 문 밖으로 1,000엔짜리를 흔들면 돈을 가져가고 떡을 던져줍니다.

이 때 풍경은 녹음 자료로 남아 있습니다. 1987년 3월 1일에 보통열차 후쿠시마-요네자와 구간의 주행음을 녹음한 자료가 있는데, 이 파일의 44분 0초부터 44분 30초까지 "치카라모치"를 외치는 목소리가 녹음되어 있습니다.

 

승강장을 본선으로 이전한 뒤의 구 토게역 승강장
승강장을 본선으로 이전한 뒤의 구 토게역 승강장. 2013년 11월 촬영.
(c) くろふね, CC-BY-SA 3.0 (link)

토게역 구 승강장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치카라모치는 지금도 새로운 토게역에서 열차 정차 시간에 맞춰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타야 고개의 현재


이타야 고개 구간의 유일한 폐역인 아이카와역 승강장
아이카와역 승강장
(c) Proshikok, Public Domain (link)

 

아이카와역은 스위치백이 폐지되면서 본선으로 승강장을 옮겼습니다. 하지만 수요 부족으로 2012년 12월 1일부터는 겨울에 통과, 2017년 3월 4일에는 연중 통과로 바뀝니다. 그리고 2021년 3월 12일 JR동일본 시각표 개정 이후 완전히 폐지되었습니다. 4연속 스위치백 역 중에서 유일하게 폐지된 역입니다.

 

오우 본선 이타야역 승강장
이타야역 승강장.
(c) E3uematsu, CC-BY-SA 3.0 (link)

이타야역은 스위치백 분기기가 있던 스노우 쉘터 자리로 옮겼습니다.



토게역 승강장
토게역 승강장
(c)  Kano, CC-BY-SA 3.0 (link)

토게역은 스위치백 분기기 쉘터가 있던 곳으로 승강장을 옮겼습니다. 지붕 모양의 쉘터가 두 갈래로 갈라진 것이 스위치백의 흔적입니다. 아직까지 토게노 치카라모치의 전통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오자와역 승강장
오사와역 승강장. 2007년 10월 촬영.
(c) Kano, CC-BY-SA 3.0 (link)

오자와역도 스위치백은 폐지되었지만 아직도 영업 중입니다. 분기기가 있던 곳으로 승강장을 이전했습니다.


하지만 스위치백만 사라졌을 뿐 아직도 33퍼밀의 급구배로 열차가 다니고 있습니다. 이 구간은 JR 간선 중에서 가장 경사가 급한 구간입니다. 야마가타 신칸센의 증속을 위해, 그리고 풀규격 오우 신칸센 개통을 대비해서 이타야 고개를 관통하는 장대터널을 건설해야 한다는 논의는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2년 10월 24일에 가칭 "요네자와 터널"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가 채결되었습니다.

참고: 야마가타 신칸센 요네자와 터널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 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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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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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년 4월 18일 오전 9:06
    미니신칸센 규격이기는 하지만 어엿한 최고 등급의 간선 고속열차인데 E3 타고 이타야 고개 넘으면 꽤 위화감이 듭니다. 차량이 지나가는 철길은 아찔한 절벽에 위치 해 있고요. 스위치백 흔적이 있는 역을 통과 해 보면, 강설 대책의 스노우 쉘터가 을씨년 스럽습니다. 하행 통과 후에 펼쳐지는 요네자와 평원, 혹은 상행 통과 후 후쿠시마역을 만나면 딴세계 통과한 기분이 들지요. 그래도 운용되는 차량인 E3계의 승차감이 좋아서, 탑승하는 시간만 제외하면 그다지 불편한 것은 없었던 기억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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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 Author
      # 2022년 4월 18일 오전 9:56
      선로를 개량한 후가 이정도라니, 스위치백이 살아 있었을 땐 어땠을지 전혀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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